테크놀로지와 감정 노동

AI 오류를 대신 설명하는 인간 직원의 정서적 부담

fiveseconds2025 2025. 11. 5. 13:44

인간이 AI의 목소리가 되는 순간

AI 기술이 다양한 산업 현장에 도입되면서, 고객과의 접점에서 인간 직원의 역할은 점차 ‘보조자’에서 ‘설명자’로 바뀌고 있다. 특히 콜센터, 금융, 의료, 전자상거래와 같은 고객 응대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자동 응답 시스템이나 챗봇의 오류를 인간이 대신 해명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고객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최종적으로 그 책임은 여전히 인간 직원에게 돌아간다. 문제는 이러한 역할이 단순한 기술적 지원을 넘어, ‘감정 조정자’의 부담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AI의 실수를 시스템의 오류로 보지 않고, ‘서비스 제공자 전체’의 실패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인간 직원은 AI가 남긴 오해나 불만을 수습하면서, 기술과 고객 사이의 감정적 완충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직원은 스스로 AI의 한계를 감싸며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이중의 감정 노동에 노출된다.


기술 오류가 감정 노동으로 전가되는 구조

AI 오류를 대신 설명하는 상황은 겉보기엔 단순한 고객 응대 업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감정적 압박을 수반한다. 예를 들어, 챗봇이 고객의 불만 요청을 잘못 처리했을 때, 인간 상담원은 AI의 오류를 ‘인간적인 말투’로 완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고객의 감정 상태를 안정시키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복원하는 감정적 기술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조절은 기술적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인간이 그 책임을 감내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직원은 AI가 발생시킨 오류를 마치 자신의 실수처럼 받아들이고, 고객의 분노나 불만을 자신에게 투사당하는 경험을 한다. 이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대리 책임감’이라는 심리적 부담이 발생한다. 특히 반복적인 오류 상황이 누적될 경우, 직원은 기술에 대한 불신과 함께 자신이 ‘AI의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감정적 소진(burnout)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간의 공감 능력이 기술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까

AI의 오류를 대신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공감 능력은 분명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고객은 AI 시스템이 불완전하더라도, 이를 인간 직원이 성실히 해명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할 때 더 쉽게 불만을 완화한다. 즉, 인간의 정서적 소통 능력이 기술의 차가움을 중화하는 완충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구조는 동시에 인간의 감정 노동을 ‘기술의 보조 수단’으로 소비한다는 문제를 내포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AI가 처리하지 못한 감정은 인간이 보완한다”는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결과적으로, 감정적 공감은 기술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도구로 전락하며, 인간의 정서적 노동이 보이지 않는 형태로 착취된다. 더욱이 AI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오류의 원인도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인간 직원은 기술적 내용을 감정적으로 번역해야 하는 이중의 피로를 겪는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감정 노동을 넘어, ‘기술 해석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부담으로 진화하고 있다.